남인도 ‘코친’에 가면 누구나가 한 번쯤은 보게 된다는 이곳의 전통 무용극 ‘카타깔리’.
무용이라고 해서 인도의 현란한 무희들의 춤을 상상했건만 뭔 이런 무용이 다 있을까 싶은
희한한 무용을 한 편 보게 되었다.
춤은 짙은 분장에 요란한 옷차림의 무용수가 거의 원맨쇼 수준으로 공연을 한다.
그런데 이 무용수의 동작이 극히 정적으로 말이나 별 움직임 없이 오직 눈알을 굴린다거나
발가락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는 것으로 이것이 춤사위라면 이게 다다.
따라서 요란한 분장에 대단한 기대를 한 관객은 기대만큼의 실망감을 맛볼 수밖에 없다.
움직임도 그렇지만 음악, 조명, 배경도 극히 단조로워 처음엔 호기심으로 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함을 못이긴 관객은 서서히 미쳐간다.
거의 한 시간을 의자에 앉아 구경하는데
그 지루함을 참느라 오랜만에 극기훈련 하는 기분을 맛보았다.
카메라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졸도했을 뻔 했다.
그러나 배우들의 복장과 분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특히 분장은 춤이 시작하기 전부터 공개적으로 보여주는데 거의 의식 수준이다.
아무튼 무용수나 관객이나 대단한 인내심을 갖추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아니 거의 구도자 수준의 마음가짐이 된 사람만이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춤이다.
가면수준으로 두껍게 칠을 한 무용수의 얼굴은 볼수록 장관이다.
색깔별 돌가루를 기름이나 쌀가루에 버무려 칠을 한다는데 성냥개비 정도 굵기의 막대기 하나로
배우 혼자 저런 칠을 해버린다. 녹색이 들어간 얼굴은 무조건 착한 사람이다.
이 구저분하기 그지없는 휘장은 막이 바뀔 때마다 무대 중앙부만 슬쩍 가리기위해 사용하는데
일부러 저렇게 꾸겨서 쓰는지 그것도 별일이다.
배우 혼자 끝내버리는가 싶었던 춤은 후반부에 파트너가 하나 등장한다.
이 춤의 특징 중 하나는 무용수들이 전부 남자다.
허기는 여자가 하기에는 너무도 정적이다.
러시아 인형을 닮은 여성분장의 남자배우.
얼굴과 체형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오직 손과 얼굴의 근육만으로
열연하는데 어느 순간 뭔가 통하는 듯도 했다.
사실 이 춤은 춤이라 부르기에도 좀 어색하지만 그 내용이 대개 힌두교 경전에서 따왔다고 한다.
따라서 작품들이 모두 권선징악을 담고 있다.
어느 나라든 요즘의 민속춤들은 다 내리막이다. 이곳의 춤도 근대화에 밀려 많이 쇄락 했다.
심지어는 금기로 여기는 여성 배우들까지 세운다고 하는데 본래 춤이란 것이 감정의 방출이라 한다면
‘카타칼리’만큼 현 시대 어울리지 않는 춤이 또 있겠나 싶다.
아무튼, 들고 뛰는 대한민국 탈춤이나 째지는 소리의 차이나의 경극이나
냉정하고 살벌한 가부키에 비한다면 시종 침묵 속에서 진행되는 ‘카타칼리’.
혹시 술상 하나만 겸할 수 있다면 지상 최고의 춤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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