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는 뻘게 져야 먹는다.
사지가 찢긴 시뻘건 다리가 얼기설기 상위에 놓이면
짐승은 일단 껍데기 속 하얀 살의 맛과 부피를 그린다.
그리고는 어깨를 펴고
두 손으로 단단히 먹이를 움켜쥔다.
이어 송곳니를 이용해 껍데기의 단단하기를 측정하는데
이때 몇 마디 독백이 빠지지 않습니다.
“음, 이 맛, 중얼중얼, 어쩌구 저쩌구”
어느 정도 게 다리의 딱딱하기가 파악되는 순간,
게 다리는 개 박살이 난다.
“우지직”
살점들은 점액과 함께 사방으로 튀어나가고,
머리로 이마로 코에 붙고 눈에 붙고,
거기에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끈적끈적하고 희멀건 육즙이란
난리 블루스 끝에 드디어 나타나는 기다랗고 뽀얀 살점 .
순간, 일어나는 억제할 수 없는 야성.
이빨로, 혓바닥으로,
물어뜯고, 후벼내며, 뭉개지고, 흩어지는 살점을 집어삼키는 모습은
영락없는 짐승 한 마리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