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밖 과수원 길에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다. 코끝을 스치는 향기에 마음이 짠해진다.
그러니까 그해 5월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에게 아카시아 꽃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였고
풍요의 여신이기도 했고 허기를 달래준 고마운 주전부리이기도 했다.
아카시아 꽃 하얀 뒷동산에 꽃향기 진동하고 꿀벌 법석일 때 쯤 모내기 방학이 시작됐다.
찰랑 찰랑 못물 위에
새참 광주리 위에
막걸리 들이켜는 논배미 위로
아카시아 꽃향기는 춤을 추었고
모를 심으며 휴일을 즐겼다.
아카시아 향기는 여전한데
그리운 이들은 모두가 사라졌다.
이제 아카시아 꽃은
마음의 고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