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지 않는 주일 내내 갑갑했는데 오늘은 비가 안 온다는 예보다.
자전거를 끌로 나가볼까 하던 참에 승호가 놀자고 전화를 했다.
옳거니 하고 한강으로 나갔다. 한강에 물이 그득하다.
하남 시계까지 달렸지만 더운 줄을 모르겠다. 오늘은 팔당댐까지 가보자고 의견일치를 봤다.
강 둑 위를 지나가는 하남 자전거 길은 한강 자전거길 중 가장 멋지다.
'예봉산'과 '검단산' 사이로 '팔당대교'가 가로지르고 교각 아래로 팔당댐이 보인다.
늘어난 수량 때문인지 방류하는 물보라가 여기서도 보인다. 이제 한강물은 흙탕물이 되었다.
'검단산''에서 내려오는 덕풍천'에 물풍년이 들었다.
자전거 길은 물에 잠겼지만 지나는 사람들은 즐겁기만 하다.
물 위를 지나는 기분이 삼삼해 다시 한 번 왕복하며 잠시 쉬다 갔다.
'팔당대교'에 올라섰다. 내내 내리던 비 덕분에 강 하류 쪽으로 멋진 광경이 펼쳐진다.
왼쪽 살짝 보이는 북한산 자락부터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이 줄지어 섰다.
강과 산이 어우러진 풍경은 서울 동쪽에서 보는 것이 서쪽보다 한 수 위다.
수문 여섯 개가 열심히 물을 쏟아낸다.
그런데 댐 위 조형물은 뭔지 못 보던 시설인데 자꾸 눈에 거슬리네.
혹시나 시각적인 면을 고려해 세웠다면 엄청나게 호불호가 갈리는 시설이겠다.
댐이 보이는 쉼터에서 한 참 놀았다.
좋은 경치에 날씨도 좋고 거기에 한가하기까지한 자전거 길이 너무 아까워
승호와 연출 사진까지 찍으며 은퇴의 한가함을 즐겼다.
늦은 점심은 팔당리에서 초계국수로 했다.
얼음물에 국수를 만 음식으로 고명으로 얹은 닭고기가 푸짐하다.
땀을 많이 흘리고 먹어야하는데 선선한 날씨 때문인지 찬 얼음 국물이 선듯했다.
식사 후 팔당역 앞에서 본 한강과 팔당대교.
잔뜩 불어난 강물이 서울로 간다며 굽이쳐 흘러내려간다.
우리도 자전거에 올라탔다. 강물도 친구가 되었다.
'팔당대교'를 지나는 자전거 도로는 다리에 육교를 이어 붙였다.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지날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자전거 입장에서 볼 때 정말 착한 다리다.
'검단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넓고 긴 하남시 한강변 자전거 도로.
가로등만 없다면 당장 여객기도 내리고 뜰 수 있는 영락없는 비행기 활주로다.
계속 내린 비 때문인지 날씨 때문인지 강변 둑에 나타난 초록 이끼.
동글동글한 진초록 색깔과 생김새가 얼마나 예쁜지 지나가다말고 한 컷 담았다.
한강변 자전거길에 유일한 암사동 업힐구간.
처음에는 힘든 생각부터 든 길이었는데 이제는 밋밋한 주행을
깨뜨려 주는 재밌는 곳이 되었다.
'아차산' 아래 쉐라톤 워커힐 호텔. 늘 그냥 지나가던 풍경이 오늘따라 눈에 들어왔다.
내년에는 별 여섯 개짜리 ‘W서울워커힐’로 이름이 바뀐다고 한다.
'잠실대교'아래서 본 서쪽. 두꺼운 구름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녹조 라떼가 떴다고 조롱받던 한강에 건강한 물이 넘실거린다.
잠실 수중보 위 물줄기. 그 엄청난 수량이 보 위를 스치듯 소리 없이 지나간다.
멀리 깨끗해진 서울도심을 지나 삼각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늘어난 수량 때문인지 한강변에 강태공들이 줄을 섰다.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방화대교까지 달리는 내내 볼 수 있었다. 이제 한강 물고기들 큰일났다.
가득찬 물 때문에 한강 같이 보이는 굴포천 너머로 우리 마을이 보인다.
어찌된 일인지 무려 아홉 시간 자전거를 탔는데도 땀이 안 난다.
말을 안 해 그렇지 계절은 벌써 가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