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목요일 산행.
열한시 팔당역 구내에서 바라본 정문 쪽 문 밖을 나서면 정면으로 한강이 나타나는 멋진 역이다.
예봉산은 팔당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있어
서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유명한 산이다.
등산로 초입 남향받이에서 만난 개암나무 수꽃.
생강나무나 산수유보다 더 먼저 꽃술을 길게 늘어뜨렸다.
예봉산은 이름값을 하느라 그런지 바위가 돌이 별로 없는 포근한 흙길이 많다.
그리고 오르는 내내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쉼터도 많다.
예봉산이란 이름을 얻은 이유도 이런 좋은 전망 때문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 영서지방에서 한양으로 오르내렸던 많은 선비들이 이곳에서
임금님께 예를 갖추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등산로 중간쯤에 있는 계단에 서서 바라본 시원한 서쪽풍경
멀리 서울 중심부로 향하는 한강을 가로지르며 팔당대교가 지나는데
웬만한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보다 오히려 더 나아 보인다.
쉬엄쉬엄 두 시간 걸어 오른 정상.
사방이 틔어 있어 정말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이 풍경은 북쪽인데 산도 산도 저렇게 많은 산을 오랜만에 본다.
동쪽으로 보이는 양수리.
왼쪽 북한강과 정면의 남한강이 만났는데 그 사이에 뾰족이 나온 곳이 두물머리 나루다.
예봉산 정상은 일부러 돌과 흙을 쌓아 만든듯한데
동서남북을 다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곳이다.
모인 사람들도 하나같이 얼마나 점잖은지 알맞게 떨어져 앉아 조용히 풍경을 즐긴다.
일부 등산객은 손바닥 위에 먹이를 놓고 새를 부르는데 놀랍게도
동고비, 곤줄박이, 박새 등 많은 새들이 사람들 주위로 몰려든다.
하산 길에 발견한 밑둥이 부러진 늙은 소나무.
부귀영화 누리며 잘 살다 말년에 그만 망신당한 사람 꼴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생전 처음 마주한 페러글라이딩 활강장.
맞바람은 잘 불고 전망이 기가 막힌데
한번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휘~이 잉
물푸레나무 군락지를 지나서
그리고 적갑산 정상. 이곳에서 도심역 쪽으로 하산하기로 했지만
솔솔 부는 바람과 따뜻한 햇살과 넘치는 힘에 셋이 모두 합심해 방향을 바꿨다.
그렇게 해서 능선을 따라 운길산까지 네 시간을 더 걸었다.
산길은 아직 완전히 녹지 않아 질퍽거리는 곳이 많았지만
아쉬운 대로 열심히 운길산을 보며 앞으로 나갔다.
생전 처음 보는 등산로. 바위에 클립을 박아 만든 바위 사다리다.
드디어 도착한 운길산 정상. 운길산까지 자그마치 여섯 시간이 걸렸는데 모두 멀쩡하다.
멀리 왼쪽 정상이 예봉산이고 오른쪽 능선을 따라 이어진 길이 등산로.
운길산 정상은 한가하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따뜻한 곳이다.
정상에 머무르는 사람도 예봉산과 달리 얼마 없다.
하산 중 마주한 산악회 리본 성황당. 리본도 함께 묶어 걸어 놓으니 볼거리다.
드디어 운길산을 내려와 도로에서 바라본 정상.
그러나 훌륭한 산행을 잊게 만든 불상사가 생겼으니
운길산역까지 가는 이십 여분을 도로 갓길로 가야 했던 것이다.
쉴 새 없이 옆을 스치는 자동차의 매연에 그만 녹다운이 되고 말았다.
팔당역에서 출발하여 여덟 시간 만에 도착한 운길산역.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고 텅 빈 역사에 두 번 놀랐다.
아무튼 예봉산을 오르자며 시작한 오늘 산행은
적갑산, 운길산까지 구경하며 일타 삼 점의 산행이 되었다.
지하철에서 나오니 벌써 어둠이 깊었다. 산을 헤매다 집으로 가는 길이 유난히 즐겁다.
봄을 가득 품은 산의 뽀얀 속살이 아직도 눈에 삼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