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국경 부근 산 능선에서 많이 본 토치카.
'토치카'는 소련 말, '벙커'는 독일 말입니다. 다 전쟁과 친한 나라들 말이다.
알바니아에는 이런 토치카가 수십만 개나 있다고 하는데 지금도 만들고 있단다.
토치카가 우리나라 묘지만큼이나 많은 산을 넘으니 갑자기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그런데 바로 앞쪽 산꼭대기를 보니 구글이 벌써 와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통신제국 미국의 깃발이다.
알바니아에서는 옛 소련과 중국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지나가는 마을버스에서 공산주의 분위기가 확 풍긴다.
한 고개 넘어 잠시 평지를 달리던 버스가 이번에는 아예 산맥을 타고 넘는다.
구불구불한 길가에는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었다.
이 고갯길에서 소를 몰고 가는 아줌마, 칠면조를 몰고 가는 처녀도 만났다.
우리 버스가 달려가는 길. 산맥 너머에 '티라너'가 있다.
중앙선도 없는 좁은 길을 덩치 큰 버스는 마구 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버스를 추월하는 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우리 체코 운전기사는 한 번도 추월하지 않았다.
높고 긴 산맥을 넘어 드디어 '티라너' 시내로 접어드니 해는 서산에 걸렸다.
오늘도 역시 저녁이 되어서야 시내 관광이 시작되었다.
'티라너' 시내에서 본 가장 깨끗한 풍경.
사진발 힘도 다소 들어갔으나 그런대로 보기 좋은 거리였다.
시내 구경을 하는 중에 횡단보도에서 대단한 걸인을 만났다.
저렇게 신호를 기다리는 차 앞에 다가서더니 보닛을 세게 막 두드리는 거다.
잠시 뒤 운전사가 뭘 주자 저렇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거의 강도 수준이었다.
'티라너' 시내 중앙에 있는 '스칸더백'(Skanderbeg) 광장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문화 궁전 등 소련의 영향을 받은 각종 건물이 빙 둘러섰다.
지금 광장은 공사가 한창이다. 사회주의 때를 이제야 벗기고 있는가 싶었다.
광장 주변 노점에서 본 해바라기 씨. 해바라기 씨는 이곳 사람들도 즐겨 먹는 주전부리 감이란다.
교통경찰이 근무하면서 이걸 하도 까먹고 버리는 바람에
길이 지저분해져 판매 금지했다는 재밌는 얘기도 들었다.
여기 공원 벤치도 노인들이 다 차지했다.
두 분이 하도 사이좋게 보이기에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몸짓으로 말하니 좋댄다.
할아버지는 아닌데 할머니는 완전 우리 동네 할머니 같았다.
로비처럼 넓은 티라너 호텔 방.
'알바니아' 살림살이는 발칸 지역에서 제일 어렵다고 하는데
호텔은 다닌 나라 중에서 제일 낫다.
관광은 역시 좀 개발이 덜 된 나라로 다녀야 여러모로 좋은 듯싶었다.
다음날 아침, 출발이 좋게 잘 달리던 차가 다리 앞에서 멈췄다.
좁은 다리 중간에서 차끼리 염소싸움을 하는 거다. 알바니아 갱의 깡을 보는 것 같았다.
잠시 뒤 경찰이 등장하여 해결은 되었으나 그래도 서로 가겠다고 좁은 다리로 몰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감이었다.
한참을 기다려 간신히 다리로 들어서서 마주한 풍경.
다리 중간쯤에서 아저씨 한 분이 망치 하나로 다리 상판을 수리하고 있는 거다.
차가 밀려 터지는 좁은 다리에서 깨끗한 옷차림으로 망치질이다.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알바니아 '티라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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