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틈에 반짝 갠 수요일. 여름 꽃 원추리가 아파트 화단에서 헐떡거린다.
여름 꽃은 어째 색깔도 저리 덥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혼자서 두어해 블루베리와 씨름하는 광택이가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구경도 하고 일도 도와 줄 겸 승호와 함께 농장을 찾았다.
지난 사월 말 다녀갔을 때 초롱초롱하던 꽃마다 보라색 열매가 빽빽이도 달렸다.
아직 힘으로 하는 것은 자신이 있음에 장갑을 끼고 소쿠리를 들고 역발산 기세로 밭에 들어섰다..
작업환경이 정말 좋다. 밭두둑이 모두 검은 천으로 덮여 손에 신발에 흙 하나 묻히지 않고 블루베리를 따 담았다.
열매가 얼마나 많은지 둘이서 두어 시간동안 두둑 하나하고 나가떨어졌다.
먹는 거 따 담는 일이라 심심하면 입에 넣으니 그것이 재밌지만 그것도 일이라고 무릎에 허리에 삭신이 다 쑤신다.
아무튼 목화농장에서부터 커피농장 그리고 애니깽까지 들먹이며 보랏빛으로 여문 한여름의 꿈을 소중히 따 담았다.
우리나라 블루베리들은 대개가 2년생 묘목을 심어 일 년 뒤 수확을 시작 한단다.
요즘 들어 점점 생산지가 많아지면서 값이 불안하지만 아직까지는 해 볼만 한 과수란다.
맛은 물론이고 보기에도 좋고 수확하는 일까지 즐거운 블루베리.
따다 말고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에 렌즈를 들이댔다. 열매가 신기하게도 처음 폈던 꽃 모양과 같다.
꽃이 그대로 열매가 된 거다.
포도송이 같은 블루베리. 익은 정도에 따라 빛깔이 각각인 게
그 색깔의 조합이 가히 예술에 가깝다.
열매 맛 보다 더 맛있는 달콤한 수확의 맛.
친구 와이프가 이런저런 포장기에 열심히 블루베리를 담는다. 그것 참 일도 쉽게 한다 했더니 우리 거란다.
보라색 블루베리의 자태를 구경도 하고 개시도 좀 해 주려고 왔더니만
이것저것 농장에서 딴 여름채소까지 한 봉지 싸주는 바람에 염치가 없어 한동안 쩔쩔 맸다.
땀 흘려 일한 보람은 본인은 물론 주변사람들도 즐겁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