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틈에 반짝 갠 날 '관곡지'를 다녀왔다.
'소래'에서 '관곡지'가는 길은 요즘 보기 드문 시골 향기 나는 길이다.
시골길을 지나 잘 정돈된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그린웨이'가 시작되는 길로 들어섰다.
작년에 이 자리에서 만났던 참나리가 어김없이 활짝 피어 반긴다.
나리꽃은 종류가 무지하게 많지만 역시 참나리가 참나리다.
토요일 오후인데 관곡지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다.
연못가에서 처음 눈에 띈 건 모여있는 소금쟁이들이다.
늘 분주한 소금쟁이들이 어째 조용하다.
키 큼 수련도 눈길을 끈다. 수련이란 대개가 꽃만 물위로 빠금 내미는데
이분은 길~게 꽃대를 올려 꽃을 달았다.
늘씬한 것이 보기에 좋다.
한 바퀴 휘 둘러보니 관곡지에서는 지금 잔치가 벌어졌다.
연못 가운데에서 세계 요리전시회도 열렸다.
꽃도 보고 음식도 보고 먹고 뭐 그러자는 심사인데 그것이 보기 좋다.
관곡지에서만 산다는 금개구리도 보인다.
완벽한 위장술로 물위에 앉았지만 할 일 없이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띄었다.
사실 연못에는 연꽃만 있는 게 아니다. 부리가 빨간 어린 쇠물닭도 있다.
뭐가 저리 급한지 어린 놈이 빨리도 달린다.
눈으로 쫓아가 보니 아 그렇다. 어미다. 일부러 키우는 것은 아닐 텐데 자기들끼리 잘 산다.
한참 구경하다가 먹이 주는 착한 어미 쇠물닭을 카메라로 잡았다.
하늘에 애드벌룬이 떴다. 모르고 왔는데 딱 오늘이 축제 가운데 날이다.
그리고 보니 연과 어울린 여러 볼거리가 여기저기 널렸다.
커다란 연잎들만 시퍼런 관곡지 연못에는 이제 연꽃이 귀하다.
커다란 연잎을 후광으로 홍연 봉오리를 가운데에 넣었다.
혼탁한 세상을 밝히는 부처님 형상이로다.
연못의 단골손님 밀잠자리 여름 한 철 살고 가지만
저 희끄므레한 꼬리색깔은 수억 년이 되었단다.
넓은 연못을 혼자 차지하고 활짝 핀 수련.
꽃 하나가 못 하나를 다 밝힌다. 멋진 수련이다.
막 터질 것만 같은 연 꽃봉오리 연꽃은 언제 봐도 참 크다.
커서 그런지 연꽃이 연등같다.
연꽃이 꽃잎을 하나 둘 열고 있다. 속을 다 드러내는 거다. 그리고 꽃은 진다.
연꽃이라면 당연히 하늘을 보고 펴야 할 것이로되
이 연꽃은 어째 고개를 숙였는데 부근의 꽃대들도 다 휘었다.
뭔 큰 잘못을 했나 보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꽃 이름을 보니 '힐러리'다.
이름 때문인지 미국적으로 생겼다.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관곡지에는 호박터널도 있다.
별별 호박이 다 있는데 연꽃 구경보다 더 낫다.
태어나 처음 보는 호박도 많이 보인다.
역시 호박들은 죄다 못생겼다. 그래서 멋있다.
꽃처럼 생긴 호박도 있다. 이걸 어쩌나.
어디서나 그렇지만 지금 관곡지에서 제일 붐비는 곳 식당가.
사람이 많아서 자전거를 끌고는 감히 지나갈 생각도 못 하고
멀리서 음식 냄새만 맡으며 사진만 찍었다. 쩝.
돌아가는 길에서 다시 만난 시흥갯골생태공원.
진흙탕에 잡초 밭이었던 길이 맵시 나게 변했다.
세상 눈에 보이는 것들은 하나 둘 예쁘고 깨끗하게 바뀌어 가는데
어째 우리 사람들은 갈수록 자꾸만 더 상스러워지는지 걱정이다.
'자전거 타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천에서 서울숲까지 (0) | 2013.08.31 |
---|---|
아라뱃길 바지선 (0) | 2013.08.24 |
국토종주 자전거길 풍경 2 (0) | 2013.06.17 |
국토종주 자전거길 풍경 1 (0) | 2013.06.16 |
부천에서 ‘구봉도’까지 (0) | 2013.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