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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시아

야박한 대한민국

by 조인스 자전거 2010. 6. 26.

지난해 겨울 방문했던 공원의 ‘공’ 글씨체가 희한하게 생긴

터키 수도 앙카라 중심부에 있는 한국공원이다.

대로변에 있지만 한국관광객 말고는 별로 들리는 사람이 없는

시멘트로 만든 커다란 탑 하나가 전부인 작고 한적한 곳이다.

 

 

 

 

 

부여 정림사지탑 모양을 한 탑 아래 중앙에는

부산 UN군 묘지 터키 군인들의 무덤에서 갖고 온 대한민국의 흙이 담겨 있다.

이장하지 않는 터키 관습에 따라 만든 상징적인 무덤이다.

터키인들에게는 약한 나라를 도운 자부심이고

한국인들에게는 감사와 보은인 셈이다.

 

 

 

 

 

탑 기둥 양쪽 벽에는 이 공원 세움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문맥이나 글자가 많이 어색하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기증한다는 뜻은 훌륭한데

모양은 어째 위세에 어울리지 않게 초라해 보인다.

 

 

 

 

 

터키는 6·25 전쟁 시 참전국 가운데 2번째로 전사자가 많은 나라다

탑기단에는 722명의 터키 전사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하나하나 눈여겨보니 비로소 그들의 죽음이 피부에 와 닿는다.

그리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여행의 즐거움이

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 졌다는 생각을 하자니

우쭐했던 마음이 갑자기 사라진다.

 

 

 

 

 

수 천 년 역사 속

많은 인권 수호자들이 죽음으로 쌓아올린 민주 체제를

백 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만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

6·25 전쟁에 희생된 2백 6십여만 명의 주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자유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이곳에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데

이곳도 대한민국이 지키고 있는 자유의 근원지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BBS NEWS'를 보니 터키 정부는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초라한 이 공원을 전면 보수 한 후 어제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총 공사비용 약 13억 원 중 터키정부가 12억 원을 지원했고

한국 측은 7천500만 원 정도 부담했다는 거다.

터키에 관해 아니 6.25에 관해

정말 야박한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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