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방문했던 공원의 ‘공’ 글씨체가 희한하게 생긴
터키 수도 앙카라 중심부에 있는 한국공원이다.
대로변에 있지만 한국관광객 말고는 별로 들리는 사람이 없는
시멘트로 만든 커다란 탑 하나가 전부인 작고 한적한 곳이다.
부여 정림사지탑 모양을 한 탑 아래 중앙에는
부산 UN군 묘지 터키 군인들의 무덤에서 갖고 온 대한민국의 흙이 담겨 있다.
이장하지 않는 터키 관습에 따라 만든 상징적인 무덤이다.
터키인들에게는 약한 나라를 도운 자부심이고
한국인들에게는 감사와 보은인 셈이다.
탑 기둥 양쪽 벽에는 이 공원 세움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문맥이나 글자가 많이 어색하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기증한다는 뜻은 훌륭한데
모양은 어째 위세에 어울리지 않게 초라해 보인다.
터키는 6·25 전쟁 시 참전국 가운데 2번째로 전사자가 많은 나라다
탑기단에는 722명의 터키 전사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하나하나 눈여겨보니 비로소 그들의 죽음이 피부에 와 닿는다.
그리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여행의 즐거움이
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 졌다는 생각을 하자니
우쭐했던 마음이 갑자기 사라진다.
수 천 년 역사 속
많은 인권 수호자들이 죽음으로 쌓아올린 민주 체제를
백 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만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
6·25 전쟁에 희생된 2백 6십여만 명의 주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자유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이곳에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데
이곳도 대한민국이 지키고 있는 자유의 근원지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BBS NEWS'를 보니 터키 정부는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초라한 이 공원을 전면 보수 한 후 어제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총 공사비용 약 13억 원 중 터키정부가 12억 원을 지원했고
한국 측은 7천500만 원 정도 부담했다는 거다.
터키에 관해 아니 6.25에 관해
정말 야박한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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