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행 비행기에서 비빕밥을 먹으며 그리스가 공공기관 총파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비록 그리스 터키국경에서 두어 시간이 이유 없이 붙잡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 참 스릴 있던 여행이란 생각이 든다.
이스탄불 공항 터미널. 그리스 경제가 엉터리임은 비행 노선에서부터 알아볼 수 있다.
그리스에는 잘 나가는 우리나라의 직항로가 아직 없다.
따라서 어디서건 아테네행 비행기는 갈아타야 한다.
두 시에 인천을 출발해 무려 열 시간이 지나서야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비행시간이다.
그래도 이렇게 짐을 찾는 순간이 있어 견딜 수 있다.
다음날 아침,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로 향하는 길.
늘 막히는 길이지만 오늘은 공공운송기관이 모두 파업이라 더더욱 혼잡하다는 아테네 중앙로다.
기름 값이 우리보다 비싸고 나라 경제가 부도가 났는데도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이상한 나라라고 십 여 년 넘게 이곳에서 산다는 가이드가 혀를 찬다.
도로변에 쌓인 쓰레기들이 그리스 현재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스 경제가 이 꼴이 난 것은 뱁새가 황새를 쫒다 일어난 일이라고 가이드가 짧게 분석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잘 보이지 않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자리 잡고 있다는 말도.
그러니까 쓰레기 같은 공무원들의 행태가 불러온 당연한 결말이라는 것이다.
여행 첫 일정인 아크로폴리스 구경은 공무원 파업으로 가지도 못하고
그 동남쪽 아래에 있는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구경했다.
빼앗긴 유적을 돌려받으면 전시할 목적으로 2년 전에 완공한 현대식 건물이다.
우리처럼 꿩 대신 닭을 보러 온 관광객들로 아침부터 박물관이 북적인다.
박물관에서 바라본 아크로 폴리스. 파르테논 신전 남쪽이다.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 썰렁하다.
박물관은 옛 유적지 위에 세웠는데 건물 모양을 파르테논 신전의 방향이나 구조와 비슷하게 지었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외양으로 욕을 먹고 있다고는 하지만
안은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은 작고 알찬 박물관이다.
한 시간가량 관람을 끝내고 박물관을 나섰다. 박물관 앞마당에 있는 올리브 나무에 열매가 실하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한 해 동안 뭘 했는지 지금은 텅 빈 곳간을 아예 열어 놓고 파업이다.
이천 오백년 전부터 소크라테스가 '네 주제를 알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룰루랄라 일 안하고 놀기만 좋아하는 그리스인들은 바야흐로 깡통을 차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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