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리야 바위'는 스리랑카 섬 한복판 밀림 속에 있는 약 1,500년 전 고대 유적지다.
엄청나게 큰 바위도 그렇지만 평지에 홀로 우뚝 솟아 유별나게 보이는 곳이다.
신비한 시기리야 바위를 오르는 길목에서 검둥이 개 한마리가
높은 곳에 떡하니 서서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스리랑카 개는 인도 개보다 비교적 깨끗하고 잘 생겼다.
이곳에는 주인 없는 개가 별나게 많다.
방금 전에 내린 비로 계단이 개울이 되었다.
계단위로 졸졸 흐르는 맑은 물을 밟고 오르는데 어디 신선이 사는 세상으로 오르는 기분이다.
바위산 중앙 중턱에 철재로 만든 원형 계단이 보인다.
워낙 가파른 곳이라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희한한 계단을 만들었다.
왼쪽 가림막이 처진 곳에 그 유명한 '시기리야 미인도'가 있다.
계단을 오르다 풍광이 좋아 잠시 멈췄다. 지나온 길이 벌써 멀리 보인다.
보이지 않지만 길가는 물론이고 나무로 덮인 숲 속에는 그 당시 번성했던 도시의 유적이 산재했다.
무동력 분수가 있는 곳이 길 중간의 오른쪽 제일 까만 부분이다.
'시기리야' 바위보다 더 유명하다는 '미인도'.
지키고 있는 스리랑카 경찰 얼굴 모습이 그림 속 여인과 어째 비슷하다.
1500년이 지났다고 믿을 수 없는 선명한 색채가 과연 경탄할 만하다.
모두가 미인도 감상은 뒷전이고 너도나도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다.
뭐 특별히 어디 갖다 쓸 일도 없을텐데 나도 같이 무턱대고 찍었다.
그것도 성이 안 차서 미인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지만 어째 몰골이 말이 아니다.
미인도를 실컷 보고는 다시 절벽길을 올랐다.
내내 길 옆으로 펼쳐지는 시원하한 경치에 힘든줄을 모르겠다.
미인도가 숨어있는 곳이 왼쪽 바위 굴.
시기리야바위의 전체 높이는 약 200m란다.
이곳은 철 계단으로 이루어진 약 100m 오르면 나타나는 중간지점.
사자 발 두 개를 조각해서 바위산 전체를 사자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사자의 가슴팍을 파고들어 머리까지 오르는 거다.
아래서 보면 별것 아닌데 위에서 내려다보니 꽤 높고 그리고 무섭다.
땀범벅이 되어 씩씩 거리여 오르자니 아래 있으면 편한데
자꾸 오르려고만 하는 우리 모습이 생각나 헛웃음이 나왔다.
가파른 암벽에서 원숭이들이 놀고 있었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을 것에 맛 들인 놈들이 분명하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위험을 감수할수록 많이 얻는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사방으로 스리랑카 평원이 시원하다.
저 속에 사람도 있고 원숭이도 있고 닭도 있고 개도 있고 코끼리도 있겠다.
넓은 밀림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일 년 사철 무더운 열대지방에서
힌두교와 불교가 융성한 까닭을 알 것도 같다.
약 400여 평 되어 보이는 정상에는 사각형으로 구획 지어진 성터만 남아
간 곳 없는 영화를 웅변하고 있었다. 이끼 낀 바위를 이리저리 넘어다녀 봤지만 보이는 것은 풀떼기뿐.
간간이 뿌리는 비를 맞으면서 1시간여 등반 끝에 올라선 시기리야 유적지.
그곳에는 민초들이 힘들게 쌓아 올린 노동의 흔적과 혼자 심심한 저수지의 물결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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