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발로'에서 하루 묵은 버스는 '이스탄불'을 향해 다시 달렸다.
길은 올망졸망한 배들을 매단 작은 포구를 지나고
아침 햇살 퍼져나가는 넓은 들은 지나
바짝 마른 강을 건너고
눈을 머리에 인 높은 산을 끼고 서쪽으로 향했다.
아직은 그리스 땅이지만 생활권은 터키에 속한 국경지대다.
국경 가까이 오자 거대한 발전소가 길가에 보인다. 일부러 그랬는지 터키 가까이에 지어놓았다.
그리스와 터키의 관계는 우리와 일본사이 관계보다 훨씬 더 나쁘단다.
그러거나 말거나 플라타너스 듬성듬성 선 시골 벌판에는 가을이 한창이다.
국경에서 서너 시간 붙잡혀 있다 드디어 터키로 들어섰다.
동네 한가운데 어김없이 들어선 회교사원의 뾰족한 미라넷들이
우리나라 동네마다 솟은 교회 십자가가 생각나는 풍경이다.
그리스에서 이스탄불로 향하는 도로. 차는 텅 빈 도로를 정말 신나게 달린다.
수박밭.
여기도 값이 폭락했는지 수박이 밭에서 썩고 있다.
터키는 여러모로 우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나라다.
여기도 우리 북쪽 도로처럼 탱크 저지용 시설물이 보인다.
버스는 하루 내내 달려 드디어 이스탄불 서쪽 외곽 도시로 진입했다.
우리로 치면 서울 서쪽에 있는 일산이나 고양시 쪽이 되겠다.
터키에는 지금 한창 아파트 건설 붐이 일고 있었다. 새로 건설된 개발지구모습.
황량한 벌판에 아파트만 세워놓았다.
무작정 세운 것처럼 보이는 대책 없는 건물들이 사방에 보였다.
언덕을 허물고 올라서는 고층 아파트들이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보다 한 술 더 뜨는 난개발현장이다.
시내로 들어갈수록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우리와 비슷한 도로에서 우리와 비슷한 차들이 우리와 비슷하게 막히기 시작한다.
지금 짓고 있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일어날 교통대란이 이방인 눈에도 보였다.
터키 도로공사에서 나온 젊은이가 차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바나나를 판다.
정말 터키라는 나라는 이것저것 우리와 비슷한 것이 참 많은 나라다.
저들이 우리를 형제라고 부르는 것이 공연한 말이 아닌 거다.
터키 관광은 그래서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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