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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수락산’ 겨울산행

by 조인스 자전거 2013. 2. 22.

해성이의 도움을 받아 승호와 수락산을 올랐다.

등산로 나들목에서 이정표 하나가 처음 찾는 등산객을 환한 얼굴로 반긴다.

세련된 모양과 색깔이 눈부신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의 한 면을 보여주는가 싶어 뿌듯했다.  

 

 

그런데 이정표의 살가운 반김과 달리 

이 사람들은 등산로 초입부터 서로 딴청이다.

 

 

며칠 날씨가 다시 추워져 겨울이 다시 오나 했더니

산 속 계곡은 역시 물이 졸졸 흐르는 봄이다.

짧은 눈이 이불처럼 바위를 덮었다.

 

 

지하철 '수락산역'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는 완만하다.

공수부대 출신의 동서에게 축지법을 배운 친구가 빠르게 걷는다.

 

 

나도 걸어가며 축지법을 배웠다.

축지법이란 자기 앞에 놓인 돌의 앞부분을 디디는 거란다.

한 눈 팔지 않고 돌의 앞부분만 보고 내딛으면 하루에 천릿길을 간단다.

 

 

'수락산'에는 다른 산과 달리 이름 붙은 돌이 많다.

그것도 비스꾸리하게 닮은 것이 아니라 이 돌처럼 완벽한 것도 있다.

혹시나 이 돌의 이름을 모르시는 분은 정신 감정을 받아야 할 것이다.

 

 

등산로가 순탄치 않아 중간 중간 아이젠을 찼다 풀었다 하며 잠깐씩 쉰다.

그 짧은 순간에도 제각기 딴청피우는 승호와 해성.

하기는 둘은 먼 사돈지간이다.

 

 

양지바른 곳에서 간식을 먹었다.

해성이가 부시럭거리며 배낭에서 꺼낸 인절미. 

제수씨의 사랑이 담뿍 담긴 맛있고 예쁜 떡이다.

 

 

걷다 말고 얼음 창으로 내다본 겨울 산.

산길 주변이 모두 눈으로 덮혀 푸근한 마음으로 산행을 즐겼다. 

 

 

깔딱 고개쯤에서 내려다 본 우리가 올라온 계곡.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야만 설 수 있는 고개 깔딱 고개.

‘깔딱’과 ‘꼴딱’은 비슷하나 생과 사로 나뉘는 전혀 다른 뜻이다.

 

 

 

치마바위 틈새로 빠져나가는 바윗길.

딱 등산화 하나 폭으로 바윗길을 만들었다.

절대 둘이서 함께 갈 수 없는 인생길이 아닌가.

 

 

남쪽 ‘상계동열병합 발전소’ 굴뚝에서 백연이 곱게 피어오른다.

바람 잔잔하고 기온도 영상인 겨울등산 최적의 날씨다.

 

 

 

'사패산터널'.

‘사패산’은 조선 14대왕 선조의 여섯 째 딸 '정휘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 올 때 왕에게 하사당한 기가 막힌 산이다.

 

 

'하강바위'(계란바위)

하강하려는 바위 자세 때문에 붙인 이름이 아니라

저 위에서 자일타고 내리는 연습을 많이 해 얻은 이름이다.

 

 

‘도봉산’의 위용.

서울 동쪽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자랑스러운 '도봉산' 능선.

도봉의 어원이 조선 왕조를 여는 길(道)을 닦은 봉우리(峰)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도(道)를 닦았던 봉우리라는 설이 있다는 데 저 아름다운 능선을 바라보고 있자면

당연히 후자가 맞는 것 같다.

 

 

 

수락산 매월정

수락산을 오르는 쉬운 등산코스의 정상이다.

 

 

깔딱 고개에서 헐떡거리며 한참을 걷자 멀리 정상의 태극기가 보인다.

아득하게 보여 한참 먼 줄 알았는데 정작 걸어보니 별로 멀지 않다. 

태극기의 크기가 작아서 일어난 큰 오해였다.

 

 

정상을 향해 가는 중 또 하나의 요상한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받침까지 잘 만들어 놓고 올라앉은 바위 ‘철모 바위’

 

 

난코스를 지나 내려오며 환호하는 해성이와 승호.

위에서 볼 때와 달리 내려와서 보니 별 게 아니다.

하기는 세상 살다 보니 지레 겁먹은 일은 대개가 기우로 끝났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뒤돌아 본 풍경.

하강바위, 철모바위가 앞에 있고 뒤로 ‘불암산’이 봉긋하다.

 

 

 

정상을 코앞에 두니 감개가 무량하다.

 

 

 

드디어 수락산 꼭대기. 평일에 겨울 산 정상은 한가했다.

남서쪽 바로 앞으로 북한산이 우뚝한데 맘 같아서는

훨훨 날아 백운대로 직접 날아가고 싶다.

 

 

'의정부시'와 그 너머 '불곡산' 그리고 가운데 오른쪽은 '천보산' 자락.

의정부에서 근무하던 옛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다.

 

 

'수락산' 정상석은 정상에 섰지만 겸손하다.

딱 맷돌만하다.

 

 

그러나 '수락산' 소나무는 기운차다 그 기개가 암벽을 뚫었다.

이로써 대한민국 산 정상을 작년에 이어 두 개 올랐다.

아직도 오르지 않은 산이 너무 많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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