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439 가을 농막 풍경 참으로 오랜만에 승호와 같이 삼산 농막을 찾았다. 강화에 올 때마다 들르는 ‘새벽 해장국집’ 맘에 맞는 할머니들이 운영하던 식당인데 그새 세월이 얼마나 흘렀다고 주인도 바뀌고 가격도 올랐다. 농막에 들어서니 늦은 보랏빛 가을꽃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꽃을 보자니 뜻밖에 꿀벌 한 마리가 쌀쌀한 가을 아침에 꿀을 딴다. 추위 때문인지 느릿느릿 움직이는 벌을 보자니 내가 공연히 쓸쓸하다. 아침 해에 억새꽃이 환하게 빛을 발한다. 절대 화려하지 않은 환한 꽃이다. 버섯 광에 있는 참나무에서 버섯이 화알짝 피어 올랐다. 기둥이 수 십 개인데 딱 한 곳에서만 폈다. 별일이 다 있다. 풀밭 여기저기 제멋대로 뻗어나간 덩굴에서 제 맘대로 익어가는 대형 호박들 푸욱 푹 호박 익는 소리가 들리는 는 것 같다. 늙은 호박 .. 2018. 10. 28. 가을맞이 골프 그 덥던 여름이 갔다는 걸 골프장에서 새삼 느꼈다. 잔뜩 흐린 날이지만 산뜻한 풍경은 마치 어제 비가 내린 듯 신선하다. 허나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더할 나위 없이 운동하기 좋은 이런 날에 때리는 티샷은 열에 아홉 오비다. 한때 언더까지 기록했다는 친구들이 툭하면 오비 치는 것을 .. 2018. 9. 29. 뿌꾸와 놀기 '뿌꾸'는 앞은 물론이고 뒷모습도 예쁘다. 두툼한 꼬리와 앙증맞은 발바닥은 귀여움의 결정체다. 현관 바로 앞에서 배를 깔고 엎드린 채 오가는 사람을 개 무시하는 '뿌꾸'. 복중 더운 날씨 때문인가 하다가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난 어디 뭐하나 켕기는 곳이 없소 라는 것도 같다. 2018. 7. 22. 폭염주의보 속 라운딩 월초 장마 때 날 잡았던 라운딩을 결국 폭염 속에서 치렀다. 오후 12시 반 쯤 된 시각에 찍은 이천 실크밸리의 한산한 로비 풍경. 실크벨리 로비는 놓인 소파가 작은 것 달랑 두 개 밖에 없는 협소한 곳이지만 그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경은 어디 전망대 수준이다. 가트가 왔는데 캐디백 두 개가 안 보여 잠시 당황했다. 누군지 시작도 안 한 가방들을 라운딩 끝나고 나가는 곳에 갖다 놓았단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일하는 분들도 더위를 먹었나 보다. 아무려나 오늘따라 볼도 참 지독히도 안 맞는다. 치는 볼마다 오 미터 가량 짧거나 아니면 벙커로만 들어간다. 사진 속은 마냥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실제 기온은 거의 섭씨 34도. 그래도 카트에 올라앉으면 달리는 속도에 꽤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 헤저드에서는 오.. 2018. 7. 18. 뿌꾸 나 가끔 모습을 바꾸어 개로 살았으면 한다, 개는 온화하고 자제심이 있다. 나는 가끔 오랫동안 개를 바라본다. 개는 땀 흘려 일하거나 신세타령 하는 일이 없고, 개는 밤에 잠 못 이룬 채 죄를 뉘우치며 괴로워하는 일도 없으며 개는 종교적인 토론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불만스럽다거나 소유욕 때문에 추한 모습을 보이는 일도 없으며 다른 놈에게, 또는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조상들에게 무릎을 꿇지도 않는다. 불행하다거나 이 세상에서 잘난 체하지도 않는다. - 휘트먼의 시 ‘짐승’에서 짐승을 개로 바꿈. 2018. 7. 14. 문어 숙회 점심때가 좀 지났을 무렵 푹푹 찌는 더위와 씨름을 하는데 마누라가 뜬금없는 문어를 한 마리 잡는다. 잠시 후 산산조각이 나서 나타난 문어 한 마리. 검붉은 색깔 속에서 들어난 새하얀 단백질 덩어리가 눈부시다. 문어 덕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낯술을 하고는 더운 줄 모르고 저녁때까지 잤다. 그리고 보니 여름철엔 이 짓도 꽤 괜찮은 피서 같다. 2018. 7. 11. 잠자는 뿌꾸 뿌꾸는 절대로 자기 집에 불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늘 자신을 집에다 맞춰 산다. 2018. 7. 9. 폭염 속 버디 모처럼 집에서 멀리 라운딩을 나간 날. 제주도의 장마가 밀어올린 습기로 날씨가 푹푹 찌는 바람에 오랜만에 모인 중원 맴버들의 기록은 대단히 저조하였으나 재수좋게 잘 맞은 티샷에다 냅다 지른 세컨 샷이 덜컥 그린에 올라가고 이어 엉겹결에 때린 롱 퍼팅이 홀로 쏙 들어가는 바람.. 2018. 6. 26. 수도권 매립지, '드림파크CC' ‘드림파크 CC’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한 곳에다 만든 골프장이다. 그래서 그런지 클럽하우스가 사뭇 비장해 보인다. 내부도 그렇다. 일반 클럽하우스보다 작고 수수하다. 쉼터엔 자판기만 있고 아예 사람이 없다. 그러나 잔디나 페어웨이 크기는 웬만한 일반 골프장보다 길고 넓고 깨끗하다. ‘드림파크CC’는 지난 1992년 부터 2000년 까지 9년간 수도권 2000만시민이 버린 쓰레기 위에다 세운 골프장이다. 쓰레기를 매립 종료한 부지는 법적으로 20년간 사후관리를 해야 한단다. 이곳에선 인천의 진산 계양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홀이 많다. 처음 와 본 곳이지만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시설이나 환경이 매우 알뜰살뜰하다. 후반 홀을 기다리는 가트의 행렬로도 짐작할 수 있는데 여기서 거의 삼십 여분 넘게 기다렸다. 그.. 2018. 6. 6. 손녀와 산책하기 연 3일 내리 쏟아붓던 비가 그친 토요일 오후. 집구석에 있기 미안해 손녀딸을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날이 너무도 화창하고 좋아서다. 나와 보니 아이는 나보다 더 좋아한다. 날씨를 감지하는 본능에는 아이 어른 차이가 없나보다. 공연히 걷다 서다를 반복하며 혼자 미소 짓는 아이를 보자니 뭔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곱빼기로 즐겁다. 화창한 오월의 날씨도 기가 막히지만 저 아이의 웃음에는 못 당하겠다 싶은 것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글귀를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한다. 그런데 늙은이와 아이들은 왜 서로 끌릴까나. 백수라서 그러나? 2018. 5. 20. 인천수목원의 4월 어제 날씨는 짐작하건데 올 들어 제일 공기가 깨끗한 날이었다. 마누라에다 뿌꾸까지 대동하고 인천대공원을 찾았다. 인천수목원에는 지금 ‘히어리’가 만개했다. 수목원 화단에는 아직 이른지 별다른 꽃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크게 자란 ‘대극’이 꽃처럼 노란 순을 내밀며 반긴다. 약초이지만 생김새가 단정하여 관상용으로도 좋다. 풀떼기들은 잠잠하지만 나무들은 아니었다. 여기저기 화려한 봄꽃나무가 눈에 띈다. ‘복숭아꽃’ 자지러지는 ‘앵두꽃’ 솜 뭉텅이 같은 ‘목련꽃’ 노래하는 ‘직박구리’를 겨냥했는데 목련가지 때문에 빗나갔다. 샤론의 꽃 ‘수선화’ 향기가 죽이는 ‘길마가지 나무’ ‘산 조팝나무’ 새순. 앙증맞은 이파리들이 꽃에 버금간다. ‘참빗살나무’ 지난해 열매가 아직 매달렸지만 새순과 어찌 저리도 잘 .. 2018. 4. 5. 아파트 베란다의 봄 꽃들은 늘 따뜻한 베란다에 살면서도 오는 봄은 어떻게 아는지 앞을 다퉈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작은 줄기 하나 꽂아 놔두었더니 몇 년 새 크게 번성한 '장미허브'. 봄이 가까운 요즘 더욱 화사하다. 베란다 구석 그늘에서 십여 년 사는 동안 한 번도 꽃을 피우지 않던 군자란. 양지로 옮겼더니 작년서부터 꽃을 피운다. 봄이 왔다는 거다. 꽃은 없지만 앙증맞은 이파리가 예쁜 '수련목'. 수련모양의 꽃이 핀다는 나무인데 어쩐일인지 꽃생각은 전혀 없는듯. 마른 이파리들을 겨우내 야금야금 다 떨어뜨리더니 이제 완전히 새잎으로 단장했다. 십여 년 만에 처음 꽃을 피운 '춘란'. 오랜만에 꽃을 피워 그런지 오래도 간다. 한 달은 가나 보다. 베란다에는 춘란 화분이 대여섯 개 있는데 이상하게도 작년부터 하나씩 꽃을 .. 2018. 3. 19. 인천수목원의 봄 오늘은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어디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이다. 가만있으면 누가 뭐라고 할 것 같아 마누라를 꼬드겨 인천수목원으로 갔다. 전에 봤던 ‘솔송’이 오늘따라 얼마나 싱싱한지 처음 본 나무 같다. 새로 심은 나무인지 못 보던 소나무가 ‘솔송’ 옆에서 자란다. ‘방크스 소나무’라는 이름표를 달았는데 고추처럼 생긴 솔방울이 별나다. 저 솔방울은 열을 받아야만 열린다는데 산불이 나야 종자번식을 한다는 별난 나무다. ‘매발톱’이란 나무도 오늘 처음 보는 것 같다. 날카로운 매의 발톱을 닮은 가시를 달고 있어 이름을 얻었다는데 가시를 아무리 봐도 매발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네. ‘산사나무’ 아래에서 발견한 빨간 낙과. 이걸 장렬하다라 해야 하나 처참하다고 해야 하나 그것참 거시기하다. ‘벽오동나무’ 꼭대기에.. 2018. 3. 16. 부천수목원의 봄 봄비가 종일 내렸다. 봄비 맞은 식물들이 궁금해 비가 좀 잦아든 오후에 부천 식물원을 찾았다. 예년에는 무료였는데 입장료를 다 받네. 돈 없는 사람들 이제 꽃구경도 못하게 생겼다. 비에 흠뻑 젖은 ‘고로쇠나무’. 사람 뼈에 좋은 나무라는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한 이름이란다. 입장료를 받는다더니 예전에 없는 시설물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나무에 새긴 이정표가 얼마나 멋스러운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수목원 가운데에는 사람 키보다 더 큰 억새가 아직도 가을모습으로 섰다. 일명 ‘기간테우스’ 억새다. ‘giganteus’는 라틴어로 ‘거대한’ 이란다. 그렇다면 거대한 억새라는 뜻인데 번역해보니 그것참 어색하다. 매실나무. 굵은 줄기에 달린 고만고만한 초록가지들이 얼마나 단정한지 꽃도 열매도 줄기까지 명징한.. 2018. 3. 15. 와인 맛 오랜만에 저녁을 와인으로 대신하자고 아침나절에 마누라하고 약속했는데 신기하게도 생각지도 않았던 와인을 선물로 받았다. ‘트라피체 마노스’ 2010년 한정판. 대충 잡아 빼던 코르크를 정성껏 잡아 빼며 고가? 와인 맛을 궁금해 했다. 병을 따며 바라본 안주가 오늘은 으리으리하다. 하지만 뭔 이런 일이 있는지 십만 원짜리나 만 원짜리나 와인 맛이 너무도 같다. 뭔가는 좀 다르기를 애원 하면서 이리저리 혀를 굴리며 음미를 해 보았건만 와인 맛은 별 차이가 없다. 사랑도 명예도 돈이면 다 살 수 있다는 세상이지만 맛 만큼은 돈으로 되는 것이 아닌가부다. 다행이다. 2018. 3. 14. 이전 1 2 3 4 5 6 7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