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산유수지 산책로에서 만난 '도둑게'
갯벌과 길을 하나 사이에 두고 왔다 갔다 하며 사는 게다.
사람 발소리를 얼마나 잘 알아채는지 10여 m 거리인데도 귀신같이 도망간다.

하지만 망원렌즈란 먼 거리에서 찍어야 제맛이 난다.
길에 쪼그리고 앉아 놈들이 길을 횡단하는 모습을 찍는 기분은 삼삼하다.

더구나 이곳 산책로는 시멘트 포장이지만 다른 곳과 다른 질감을 갖고 있다.
흡사 모래를 뿌려놓은 듯 까칠한 표면은 좋은 배경을 만들어 준다.
아무튼, 우리와 다른 모습의 생명체는 뭐든 매력이 넘친다.

바닷가를 걷고 백운산 둘레길을 지나 집으로 오다 마주한 끔찍한 살륙의 현장이다.
'풀색명주딱정벌레' 가 매미나방을 게걸스레 먹고 있는데 놈의 입 주변이 나방 가루로 범벅이다.
나방이 곤충들의 영양소 보급 역할을 한다더니만 그 사실을 제대로 보여준다.

사진 한 방 찍었을 뿐인데 셔터 소리에 놀랐는지 아니면
먹을 걸 다 먹었는지 먹고 있던 나방을 아낌없이 떨어뜨린다.
떨어진 나방을 보니 날개만 붙어있지 머리와 배 부분은 흔적도 없다.
유난히 징그러운 매미나방을 깨끗하게 없애주는 딱정벌레가 위대해 보였다.

오늘따라 전에 못 봤던 색다른 동물의 세계를 여럿 봤다.
집 거의 다 와서 눈에 들어 왔는데 전나무 잎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집에 들어와 한참 인터넷을 뒤져 찾아 냈는데 이 생명체는 '꼬리거미'의 알주머니다.
실에 매달린 저 작은 고치 속에 수백개의 알이 들어있다.

바람이 잔잔해졌을 때 찍은 알집.
알집 주변에 어미거미가 틀림없이 있다고 해서 다시 나가 찾아봤는데 못 찾았다.
인터넷에서 보니 참으로 별나게 생겼던데 지금도 궁금하다.

'꼬리거미' 알집을 보다가 발견한 '꽃등에' 한 마리
전나무 잎 끄트머리에 앉았는데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가 생각났다.
숲속에는 도대체 어떤 놈들이 숨어있는지 끝이 없다.

나무 데크 난간에서 사마귀도 만났다.

앞다리 날카로운 가시가 유난히 크게 보인다.
상대방을 꽉 움켜 잡고 우적 우적 씹어 먹는 거다.

'청띠신선나비'도 한 마리 봤다.
이 나비는 푸른색 때문인지 볼 때마다 더위가 한 뼘 날아간다.

연못의 잉어들도 더워서 모두 물 위로 올라와 입을 내 놓고 있다.
처서도 지났는데 이놈의 무더위는 언제나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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