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이맘즈음에 노루귀 꽃을 본 기억이 있어 카메라를 들고 백운산에 올랐다.
하지만 노루귀는 찾지 못하고 정상 쪽 등산로에서 '산자고'를 만났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이런 경우를 말하는가 싶었다.

지금 '산자고는' 영종도 백운산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봄꽃이 되겠다.
지난 겨울이 작년보다 춥지 않아 올 야생화들은 빨리 보겠다 했더니만 천만의 말씀이었다.
아무려나 봄철 야생화로 치자면 백운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이놈 '산자고'다.
한자이름 '山慈姑'를 그대로 뜻풀이해 놓고 보면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다.
우리나라 야생화들 이름에는 시어머니나 며느리가 들어간 이름들이 많은데
그 이름 대부분이 부정적인 것에 비한다면 의외의 예쁜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까치무릇'이라고 하는데 그것 역시 정감 있다.

렌즈로 산자고 꽃을 겨냥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벌이 날아왔다.
그것도 요즘 보기 힘든 양봉벌이다. 윙윙 소리를 내며 꽃 위를 선회하는 벌을 보고 있자니
이놈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꽃을 찾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거다.

잠깐이지만 쨍한 봄볕 아래서
생명의 신비로움과 존재의 경이로움을 함께 느꼈다.

아무튼, 벌은 산자고 꽃이 보내는 어떤 전파 신호를 받고 왔음이 틀림 없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작고 귀한 놈이 이 높고 넓은 백운산에서
딱 한 송이 핀 산자고 꽃을 어찌 찾아 낼 수 있겠는가.
'나 여기 있다. 오바. 알았다. 오바. ~'

겨우내 잎을 펼치고 있던 '노루발풀'도 기지개를 편다.
검푸른 이파리 색깔이 짙어지고 두께가 도톰해 졌다.
이놈은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생김새가
딱 시금치다.

쉴새 없이 날아다니는 봄철 '네발나비'가 낙엽 위에 내려앉는다.
이놈들은 겨울 동안 어른벌레로 마른 풀숲에서 지낸단다.
따라서 봄이 오면 제일 빨리 나타나 날아다닌다.

'곤줄박이'가 꽤나 바쁘다.
이놈들은 곤충의 유충을 제일 잘 먹는다는데
겨울이나 요즘 같은 봄에는 식물성인 솔씨나 풀씨 등을 먹는단다.
땅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씨앗을 찾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한참 지켜봤다.

언제 오려나 기약 없던 봄이 아무 말없이 불쑥 왔다.
백운산 숲이 다시 풍성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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