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린지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주변 곳곳에서 폭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벤치에서 녹고 있는 풍성한 눈덩이가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그 바로 뒤 방파제에서 식사 중인 큰부리까마귀 한 마리.
눈이 많이 내리면 새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데 먹이가 없어서다.
이놈은 어디서 빵 봉지를 하나 물고 와서는 저 혼자 뒤적거리는데
사람이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도 않는다. 배가 몹시 고팠던 모양이다.
씨사이드 파크에서 바라본 백운산.
앞이 송산유수지로 요즘은 철새들이 어째 뜸하다.
먼젓번에 어떤 정신 나간 낚시꾼들이 들어간 뒤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새들이 몹시 놀랐던 것이 아닌가 해서 맘이 아프다.
다리 아래서 보는 파란 하늘이 유난히 맑다.
폭설 때문이겠다.
바닷가 소나무들은 폭설에도 별 탈이 없다.
바닷바람에 눈이 가지에 쌓이지 못해 그런가 싶은데
솔잎이 눈에 닦여 다른 나무에 비해 소나무들만 유난히 깨끗해 보기 좋다.
씨사이드 파크 포토 존
언제 들어섰는지 오늘 갑자기 눈에 띄었다.
별 드러남 없이 야금 야금 들어서는 설치물들이 공원을 재밌게 만들고 있다.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어
뒤로 보이는 인천대교 주탑을 겨냥했다.
갯벌이 물처럼 보인다.
씨사이드 파크에서 집으로 들어오다 만난 폭설에 쓰러진 소나무
꺾인 소나무들을 보자니 묘하게도 열에 아홉이 등산로 가에 선 나무들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은 폭설이 내릴 때 증명된다.
아이고 ~
나는 간다.
이놈은 눈으로 봐도 가지를 너무 많이 뻗었다.
눈 무게가 아니라 가지 무게로도 언젠가 쓰러질 생김새다.
마구잡이식 문어발 확장은 기업이나 나무들이나 실패하면 한방에 훅 간다.
소나무 기둥에 붙은 '줄점겨울가지나방'
요즘 숲길에서 보이는 나방은 열에 아홉 이놈이다.
숲길 가 늘 보고 다녔을 고구려 시절 화장실이 오늘따라 말쑥하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감싸 안아 준 눈 때문인가?
눈이 주는 포근함은 여운이 꽤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