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폭설 내린 백운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며 찍은 설경.
100여 년이 넘는 기상관측 사상 첫눈이 이렇게 많이 쏟아진 것이 처음이라는데
눈이 이렇게 많이 쌓인 백운산을 오른 것도 나에겐 생전 처음인 일이다.
백운산 나무들도 이번 눈에 모두 놀란 것 같다.
대부분 나무들이 거의 초죽음이 되었는데 부러진 굵은 나무도 가끔씩 눈에 띄었다.
내친김에 눈의 무게에 어쩔 줄 몰라하는 나무 서너 그루를 구해주었다.
아예 눈에 덮여 보이지도 않은 등산로 나무 계단.
거의 비탈을 오르는 기분으로 아무 곳이나 밟고 오르내리는데 기분이 삼삼했다.
중력을 무시하는 습기 많은 눈 뭉텅이 하나.
거의 직각으로 휘어진 눈의 두께가 20여 cm가 넘는 듯하다.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습기를 많이 품고 있다는 이번 눈에는 특히 소나무들이 줄 초상나게 생겼다.
지구 온난화나 재선충 등의 병충해로 죽냐 사느냐 하는 소나무들에게는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영종도 백운산은 설중산행이 별로 힘들지 않다.
200 미터가 조금 넘는 높이도 높이지만 사방이 트여 있어서다.
공기나 풍경이 얼마나 상쾌한지 별세계를 걷는 느낌이다.
전망대에 쌓인 눈의 두께.
언뜻 봐도 30 cm는 넘어 보이는 눈의 두께가
그야말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라는 말이 실감 났다.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눈 터널을 지나는데 큰 눈 뭉텅이가 쿵 떨어진다.
언젠가 나도 한 무더기 맞겠다 하면서 은근히 눈 세례를 기다리는데
재수가 없는지 있는지 산행을 끝낼 때까지 못 맞았다.
백운산 정상 쪽 숲길.
누군가 제설작업을 한 것 같아 감동했다.
바람 한 점 없는 백운산 헬기장 풍경.
눈부신 정오의 햇빛이 쏟아진 눈밭 위로 쏟아진다.
짧지만 강한, 세상에 더 없는 평화다.
인천 공항 쪽
백운산 전망대 난간에서 마주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색깔.
확인하고 싶었으나 첫눈의 순수함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참았다.
첫눈은 일년에 한 번 하늘이 사람들에게 주는 큰 선물이다.
시간 빈곤에 빠진 현대인들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눈 온 날 산에 오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