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축제라고해서 길가의 튤립 꽃밭을 슬슬 지나다니며 구경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저런 볼거리를 만들어 놓고 입장료까지 있는 전통 있는 행사란다.
마을 입구 안내소에서 올해는 이상고온으로 벌써 파장한 곳이 많다는
김빠진 소리를 듣고 그나마 남은 한 농장을 소개 받고 출발했다.
안내소가 있는 작은 마을 안길을 벗어나자 넓은 들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길가에는 튤립농장에서 세운 듯한 입간판들이 줄을 섰다.
아이들 놀이터까지 있다는 ‘Tulip Town’ 농장으로 향했다.
벌판 가운데에 자리한 ‘Tulip Town’농장 입구.
파장이 가까웠다는 튤립이지만 구경 온 사람들이 꽤 보인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만난 커다란 광장.
태극기가 하필 중앙에서 휘날린다.
우리가 오는 줄 어떻게 알았지.
튤립 밭 맞은 편 풍경.
뜬금없는 연이 날아다니는데 알고보니 튤립축제중 하나란다.
꽃송이를 이미 다 잘라낸 밭이 많지만 꽤 많은 꽃이 들판에 깔렸다.
수많은 튤립꽃송이가 파란 하늘 아래서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모양이나 색깔이 더없이 진하고 싱싱하다.
아무 곳에서 어떤 꽃에다가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다 예쁘다.
바람이 많이 부는데도 사진은 흔들리지도 않고 ‘철커덕 철퍽’잘도 찍힌다.
떼거리로 핀 흰색과 연보랏빛 ‘Lavender Tulips’,
색깔을 일부러 맞춰 꽃을 심었는지 그 어울림도 기막힌데
튤립 광풍이 불던 먼 옛날 17세기 무렵 가장 귀하다던 튤립.
‘셈페르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영원한 황제)’를 닮은 꽃송이.
당시 이 꽃은 구근 하나가 저택 한 채 값이었다는데 맞나?
허나, 이제 튤립의 이름은 그리 궁금하지도 않다.
그냥 목련을 닮은 놈.
양귀비를 닮은 놈.
등 등 등. 모양도 그렇지만 꽃 색깔도 그것참 다양한데
하나만 보면 예쁘고 한꺼번에 보면 멋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튤립의 물결을 보세요.
튤립은 단색보다 무늬가 있는 것을 더 쳐준단다.
튤립 밭 위로 대형 연이 하나 뜬다.
튤립 밭이 통째로 공중을 나는가 싶은 것이 멋지다.
맑은 하늘아래에서 흔들리는 수많은 꽃 덩어리들.
오른쪽 왼쪽으로 우르르 갔다 왔다하며 물결을 이루는데 그것이 장관이다.
바람이 불어도 차렷한 애송이 붉은 튤립들도 있다. 철이 없어 그런지 그냥 뻣뻣하게 섰다.
뭐라 한마디씩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튤립은 색깔별로 꽃말이 다르단다.
빨간색 꽃은 ´사랑의 고백, 노란색은 ´바라볼 수 없는 사랑´, 흰색은 ´실연´,
그리고 보라색은 ´영원한 사랑‘ 등등.
그리고 튤립은 나름대로 갖고 있는 이름들이 휘황찬란하다.
플레이밍 패럿, 나이트 라이프, 퀸 오브 나이트, 핑크다이아몬드 등등.
‘튤립’이란 이름은 터키어인 '츄르밴드'에서 비롯되었다는데
꽃의 생김새가 터번을 두른 남자의 머리통을 닮아서란다.
‘튤립’은 16세기 중반 터키에서 유럽으로 처음 건너온 후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 투기 열풍을 불러일으킨 찐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사건은 지금도 인류역사상 투기의 극단적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는데
단순하지만 풍성한 생김새와 찐한 색깔.
추운겨울 이겨내고 봄이 오자 잠깐 피고 사라지는 모습.
과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매혹적인 꽃.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아이가 튤립의 기운을 얻었는지 신이 나서 깡충거린다.
아무튼, 이곳은 확 트인 벌판에 널린 별별 튤립을 실컷 구경할 수 있는
4월에 잠 못 이루는 시애틀에서라면 한 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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