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달리기 대회가 시청 앞마당에서 열린다고 해서 뿌꾸를 데리고 구경 갔다.
시청 앞은 완전 개판이었다.
뿌꾸가 신이 났다.
개 달리기대회만 하는 줄 알았더니만 이것저것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개 이어달리기도 보여주고
디스크 독(원반견)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개폼도 보여준다.
‘프리스비’
(플라스틱으로 만든 원반을 던지고 받는 놀이) 라고 부른다는 이 경기는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 만들어진 경기로 과자 통 뚜껑을 던지고 받은 데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사람하고 개가 같이 원반을 이용해 신나게 노는 프리스타일 경기다.
이 경기를 잘 소화하는 개종자는 ‘보더콜리’로
이 종자는 개중에서 늘 지능지수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는데
과거 양몰이개로 많이 활약했던 영리하고 사람 말을 잘 따르는 견종이란다.
개와 사람이 신나게 던지고 뛰고 달리고 물어오는 걸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흥분되어 몸에 힘이 다 들어간다.
이 견주는 개 때문에 아직 시집을 못 가는 과년한 처녀라면서 사회 보는 사람이 아예 대놓고 광고를 한다.
이어지는 장애물 경기 시범. 선수보다 여성 견주들이 더 들고 뛰는데 그것도 볼만하다.
가을 볕 따사로운 잔디밭에 앉아 사방을 한 번 휘 둘러보자니
어떻게 된 것이 사람이나 개나 대부분이 여성이다.
남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한 쪽에 앉아 헉헉거리고만 있다.
뿌꾸도 쉬는 시간을 틈타 개판 장애물에 한 번 올라갔으나
품세가 영 말이 아니다.
개와 함께 달리는 경주는 오후에 있다고 하는데
벌써 혀 빼물고 헉헉거리는 뿌꾸를 보니 자신이 없어 발길을 돌렸다.
그래도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뿌꾸.
밖에 나오면 늘 하는 똥오줌 싸기를 이곳에 오니 한 번도 안 한다.
이놈이 주인을 닮아서 그런지 공중도덕준수는 타고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