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니는 숲길에서 못 보던 곤충이나 식물을 만나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
오늘도 처음 보는 싱싱한 나방을 마주하고 잠깐 흥분했는데 아뿔사 자세히 보니 '참나무재주나방'이다.
늘 나뭇가지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앉는 나방 생각만 하고 그만 못 알아 본거다.
나방들도 더위를 못 견디고 옷을 풀어제낀 셈이다.
참 더운 여름이다.
'연회색가지나방'
비슷한 회색빛이 나는 줄무늬가 많은 가지나방들은 구별하기 참 어렵다.
비슷한 모습의 나방들을 수십 번 보고 지내지만 아직 반도 알아보질 못 하고 있다.
이 가지나방은 날개 한쪽 색깔이 바랬다.
'네눈가지나방' 같은데 변종 인가 싶다.
'노고지리재주나방'
우리나라 곤충의 국명을 보면 재밌기도 하지만 허술한 이름들이 참 많다.
우리나라에서 나방이란 이름이 학술적으로 처음 등장하게 된 것이 1956년 발간된
'한국곤충도감-나방편' 이라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
같은 재주나방인데 재주를 부렸나 이놈은 털이 많이 났다.
거리상으로 꽤 먼 곳에서 발견했는데 둘 다 생강나무 잎에 앉아 있다.
'흑점쌍꼬리나방'
'왕흰줄태극나방'
올들어 두 번째 만남.
마주보고 앉은 '붉은띠짤름나방'과 '창나방'
이런 모습은 대화가 없어도 그냥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노박덩굴가지나방'
'뒷검은푸른쐐기나방'
이제 막 우화를 끝낸 말매미
매미가 우화하는 실제 모습도 보고 싶은데 게으른 성격이 장애물이다.
아무려나 7년을 땅속에서 지낸 매미의 일생에서 보면 이 정도 사진만 해도 내겐 큰 수확이다.
'부처나비'
길가 숲속 나방만 찾다가 우연히 멀리 보이는 자그마한 나비와 눈이 맞았다.
잠깐이지만 부처님이 날 바라보는 줄 알았다.
이어 근처에서 '굴뚝나비'도 찾았다.
검은 색 때문에 숲길에서도 눈에 잘 들어오는 나비다.
'산그물무늬짤름나방'
'세줄날개가지나방'
빛깔이 고와서 찍었는데 나방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름을 알았다.
'세줄날개가지나방'은 위쪽 무늬보다 아래쪽이 더 예쁘다.
거미줄에 걸린 '아까시나뭇잎'
때와 장소를 잘 만나면 별것 아닌 것도 모두 아름다워진다.
'구름무늬가지나방'
'우수리밤나방'
생김새를 보면 시베리아의 '우수리강' 강변에 사는 호랑이 무늬를 닮은 것도 같아
그쪽 나방인가 하다가 하도 멀어서 우리말 '우수리'가 맞겠다 생각함.
'큰눈노랑가지나방'
'큰눈'은 이해가 가는데 '노랑'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네.
소나무 껍질에 숨은 가지나방.
나방의 위장술은 볼수록 대단하다. 나방이 천적으로부터 몸을 숨기기 위해 무늬를 진화시켰다고 하지만
나방이 나무에 내려앉은 다음 조금씩 몸을 움직거려 나무와 자신의 무늬 패턴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으로
위치를 바꾸는 모습을 보노라니 나방의 행동방식이 진화론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보이지 않는 손은 사회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도 틀림없이 있다.
'영종도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종도 송산 둘레길 (0) | 2023.08.06 |
---|---|
백운산, 등줄박각시 (0) | 2023.08.05 |
영종도 갯벌, 여름 철새 (1) | 2023.08.03 |
백운산 숲, 큰노랑애기가지나방 (0) | 2023.08.02 |
영종도 해변, 두줄제비나비붙이 (0) | 2023.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