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역시 가을에 제맛이 난다.
바람이 다소 세게 불었지만 나름 볼을 태우면 재밌다.
억새가 엊그제 핀 것 같은데 그새 노쇠해 서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보긴 좋으나 이런 곳에 볼이 들어가면 절대 못 찾는다.
골프 친구가 갑자기 한 명 빠지는 바람에 셋이서 공을 쳤다.
늘 같이 볼을 칠 것 같았던 사람이 갑자기 병원에 있다니
사람 일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
오랜만에 볼을 핀에 잘 붙이고는 사진까지 찍고 올라가서 버디까지 했다.
3, 4m 넘는 거리인데 핀을 정면으로 때리고 떨어졌다.
온갖 후회를 양산하는 골프는 생동하는 봄과 달리 쓸쓸한 가을과 정말 잘 어울린다.
골프장에서 제일 많이 오가는 말은 “왜 오늘따라 안 맞지?”란다.
아, 우리네 인생은 왜 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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