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성지 ‘녹야원’.
인도 바라나시에서 북쪽으로 약 한 시간 거리인 이곳은 여기서는‘사르나트’라 부르는데
인도에 있는 불교 4대 성지 중 하나다.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이룬 뒤 이곳에서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설법하셨다고 전해 온다.
입구에 들어서자 시야가 확 트이는데 아이 하나가 화단 가에서 뜬금없는 연을 날린다.
지금 생각해 보니 바르나시의 연 축제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때라 그런 듯하다.
'녹야원' 뜰에 들어서자 모든 이의 시선을 끄는 것은 거대한 다메크 탑이였는데
그 옆 번쩍이는 황금 탑이 더 궁금해 보였다. 알고 보니 '자인교' 탑이다.
불교 최고 성지에 떡하니 자기들 사원 탑을 세웠다.
과연 인도는 자비가 넘치는 곳이다.
안으로 더 들어가자 이곳 '녹야원'에서 제일 큰 건물 ‘다메크’탑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엄청난 크기다.
‘사르나트’ 불교 유적지는 기원전 최초로 인도를 통일한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이
불교성지로 세운 곳이다.
건설 당시의 ‘사르나트’는 황금불상이 있고 수천 명의 사람이 수행하는 큰 곳이었다고 하는데
인도의 세월이 흘러 결국 힌두교와 이슬람교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폐허가 되었고
지금은 저 2층 ‘다메크’탑과 부러진 ‘아소카’왕의 석주 만이 남았다.
이곳의 건축물들은 대개가 붉을 벽돌을 이용해 만들었다.
그 모양과 색깔이 얼마나 친근한지 우리가 죽어 흙이 되고 다시 벽돌이 되고
다시 부서져 흙으로 돌아가는 윤회의 교의를 은연중에 보여준다.
상부가 잘려나간 채 남아있는 ‘아소카’왕이 세웠다는 석주.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왕은 인도 여러 곳에 비문이 새겨진 석주를 세웠다.
수천 년 전 세워진 석주의 부러진 단면이 얼마나 깨끗한지 비문 내용보다도
부러진 연유가 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기둥이다.
'녹야원' 중심부에 있는 ‘근본여래향실’.
부처님이 이곳에서 제자들에게 최초 설법을 하며 거처하셨던 곳으로 터만 남았다.
불교의 성지 중의 성지가 아직도 폐허로 놓여있는 현장을 목도하니
우리나라 번쩍이는 사찰들과 대비되어 울컥했다.
벽돌 기둥에 여기저기 누군가 붙여놓은 번쩍이는 금박지들이 바람에 나풀거린다.
그 화려한 빛깔보다는 바람에 날리는 얄팍한 두께가 세상 사람들의 염치없는 속을 보여준다.
가까이서 본 ‘다메크' 탑의 상층부.
무수히 쌓인 벽돌들을 보고 있노라니 중생들이 평생 지니고 사는 업보가
저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메크 탑' 아래 한쪽 구석에서‘피식’ 촛불이 꺼지며 연기가 한 줄기 피었다 사라진다.
自他가 둘이 아니니 머무름 없이 누구에게나 자비를 실천하자는 것이 ‘緣起說’이다.
그 연기가 이 연기임이 새삼 신기했다.
'녹야원' 뜰에서 발견한 크게 자란 '꽃기린'. 그 생김새가 오늘은 딱 중생의 번뇌 같다.
이미 겪은 것들에 얽매이고 또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늘 걱정하는 가엾고 어리석은 우리들이다.
'녹야원’ 마당 한구석에서 등을 보이고 앉은 스님. 모습 자체만으로도 고민에 쌓인 형상이다.
인도에 오니 이곳뿐 아니라 어디서건 마주하는 모든 풍경들이
불교의 기원이 왜 인도였음을 상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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