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수염'

숲길을 자주 걸어보니 걷는 맛은 비 온 뒤가 제일이다.

 

 

 

자욱한 안갯속 숲은 모든 것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숲속은 부드럽고 촉촉하다.

 

 

 

 

피부 감촉도 그렇지만 눈에 가득 들어오는 이런 풍경들은

눈을 통과 머릿속까지 적신다.

 

 

 

 

산행의 회귀점 '백운산 헬기장'. 사방이 안개로 뒤덮였지만 전혀 아쉽지 않다.

벌써부터 보이는 풍경이 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원한 기운이 산 아래로부터 올라온다.

 

 

 

 

정상에서 해야할 일은 내려가는 거다. 딱 높이 오른 만큼의 뿌듯함을 안고 내려간다.

몸상태가 좋을 때는 간혹 콧노래가 나도 모르게 나온다.

 

 

 

 

숲길을 걸으며 보이는 것들은 하나같이 정답다.

가끔은 혼자서 중얼거리기도 한다.

'야, 많이 컸네', 넌 뭐냐?' 등등

 

 

 

 

오늘 길가쪽으로 뻗어 자라던 키 큰 '좀꿩의다리' 허리가 부러졌다.

늘 지나다니며 불안불안했는데 누군가가 드디어 일을 냈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숲의 다양성만큼이나 인간 사회에도 참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이 좋은 숲길을 걸으면서 잘 자라는 '좀꿩의다리'는 도대체 왜 부러뜨리는지

 

 

 

 

이 고목도 한 번 부러뜨려보라고 묶어놓고 싶었다.

아무려나 나이가 드니 사람들과 대화 하기보다는 나무나 풀

아니면 블로그에서 혼자 떠드는 게 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걸 요즘 자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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