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골프 약속 한 날에 하필 비가 내려 허탕을 쳤는데
이번엔 딱 비 온 다음 날 쾌청한 하늘 아래서 볼을 쳤다.
제 차례도 안 왔는데 서로들 티박스에 올라가 골프채를 휘두르는 것은 완전 날씨 탓으로
나도 공연히 맘이 들떠 하늘을 향해서 렌즈를 겨누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날씨만 좋으면 세상이 그냥 다 좋다.
평소에는 거의 막판에 찍는 단체사진도 시작 전에 한 방 찍었다.
보기엔 그래도 네 사람 살아온 세월을 더하면 자그마치 250년도 넘는다.
드림파크cc는 드림코스와 파크코스 36홀로 이루어졌다.
그 중 경관도 거리도 좀 나은 곳이 이곳 파크코스로 이곳은 파3홀 중 제일 멋진 홀.
엄청나게 큰 벙커가 그린 바로 앞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그리고 드림파크 통틀어 가장 멋진 파 4 홀.
티박스에서 내려다 본 풍경으로 페어웨이가 가로로 넓게 펼쳐지고 홀은 오른쪽 끝에 자리했다.
여기서 원온 하겠다고 오지게 친 볼이 슬라이스가 나서 볼을 잃어버렸다.
볼이 날아간 쪽 뒤로 아라뱃길의 서쪽 끝에 자리한
정서진 전망대와 영종대교가 보인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 생각되는 고목에 가까운 보리수나무 한 그루.
그 그늘로 들어섰더니 빨간 열매가 참 어마어마하게도 달렸다.
그리고 보니 여기가 쓰레기 매립지가 아닌가.
이곳이 쓰레기 더미위에 만든 골프장인 것은 가끔씩 스치는 메탄가스나
시커먼 헤저드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사실 그런 것들은
볼이 엉뚱한 데로 날아가야만 슬쩍 느낄 수 있는데
사실 요토록 곱게 자란 잔디나.
이같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노라면 누구든 이곳이 쓰레기매립지임을 감히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비 온 다음날의 상쾌함을 주는 또 다른 풍경들 몇개. 사뿐 사뿐 걷는 플레어들의 가벼운 발놀림.
셋 다 오비티를 향해 걷는 모습.
이 홀은 오른쪽으로 길게 늘어선 방풍림이 절경이다.
활엽수 아래 빈 공간을 병풍 같은 침엽수로 막았다.
그래서 여기선 막창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날씨도 좋고 풍경도 좋고 집에서 가깝고 거기에다
나이를 알 수 없는 상냥함과 톡톡 튀는 맨트로 라운딩 내내 긴장감을 주는 캐디까지 있어 즐거운 하루였다.
참 오늘은 류현진은 계속 잘 던지고 한국은 드디어 U-20 월드컵 결승전에 올랐다.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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