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스꼬’에서 두 시간 가량 어두운 밤길을 달려 ‘우루밤바’에 도착했다. 늦은 밤 도착한 호텔은 이층짜리 옛 수도원건물.
나도 모르게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수도원 분위기에 젖어 포도주를 한 병 했다. 세상이 몽롱하다.
다음날 이른 아침. 카메라 하나 들고 식전 산책을 나섰다. 호텔 이층 발코니에서 본 맞은편 산자락.
어두운 밤에는 몰랐는데 ‘우루밤바’는 계곡 속에 있었다.
잘 생긴 안데스의 고봉이 마을을 굽어본다. ‘우루밤바’는 예로부터 잉카의 휴양촌이었단다.
지금도 여관업이 이 마을의 주업이다.
어제저녁 우리가 달려온 도로를 거슬러 천천히 걸었다. 안데스 산맥을 넘은 해가 비스듬히 마을을 비추는데
밥 짓는 연기가 도로를 따라 내려온다.
부지런한 할머니 한 분이 길가 부엌에서 아침을 짓는다. 중절모까지 옷차림에 빈틈이 없으시다.
방향도 모르는 샛길을 따라 들어갔다. 높은 담장들이 길 따라 이어졌는데 시골길 담장이 왜 이리 높은지.
길가 한 무더기 선인장이 보이는데 꽃 핀 손바닥 선인장이 발바닥 모양이다.
이른 아침부터 일이 시작된 곳도 있다. 깨끗한 옷차림의 인부들 위로 햇살이 비춘다.
흙벽돌이 가지런히도 쌓였다. 산 빛깔과 어쩌면 저리도 같은지 이제 근사한 집이 한 채 만들어지겠다.
갑자기 강이 나타났다.
‘쿠스코’에서 따라온 ‘우르밤바’ 강이다. 강은 계속 내려가 ‘마추픽추’를 휘감고 ‘아마존’으로 향한다.
강물에 손 한번 담그고 돌아서는데 아침식사 중인 염소양반이 묻는다.
‘어디서 왔수?“
젊은 새댁이 거든다. ‘식전이면 같이 드세요.’ 친절하다.
동네 한 바퀴를 크게 돌고 돌아오다 만난 길가 카페. 규모는 자그마한데 메뉴판은 화려하다. 글씨체가 참 바르다.
호텔로 들어왔다.
정원에 핀 빨간 후쿠시아(Fuchsia hybrida) 이곳 페루 안데스가 원산지인 꽃이다.
호텔 식당의 아침 풍경. 산책 후 먹는 밥은 꿀맛이다. 본시 구경이란 배가 불러야 맛이 난다.
오늘은 보고 싶던 마추픽추 구경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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