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기차역. 열차 시간이 많이 남아 역 구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어느 역이든 역에 들어서면 왜 맘이 그렇게 싱숭생숭한지 모르겠다.
거기다가 남의 나라 역에 서니 무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야릇한 기분이 난다.
여행 끝난 지가 열흘이나 되었는데도 사진을 보니 아직도 그런 느낌이 전해 온다.
델리 기차역 건물에 들어와 좌회전 하면 작은 대기실이 하나 있다.
이 사진은 대기실 입구에서 개찰구 쪽을 향해 찍은 사진이다.
들어오는 길은 으슥하지만 대기실은 따듯하고 환한 곳이다.
한번 와 본 사람이나 알만한 그런 곳.
바로 그 대기실 안 풍경.
대부분 의자에 앉아서 TV를 시청하고 의자가 없는 사람들은 신문지를 하나씩 깔고 앉아
놀고 있지만 비교적 조용하고 편안하다. 화장실도 바로 옆에 있다.
여기서 길거리 동물사진 첫 번째로 포스팅한 검둥 강아지를 만났다.
3시간여 기다린 10시 경 드디어 열차에 올랐다.
인도 기차는 연착은 물론이고 출발과 도착 안내방송을 해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여행객들에게는 연착이 그리 지겹지 않은 일이고 성인 같은 인도인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열차들이 제 맘대로 다니는 거란다.
우리가 자고 갈 침대 열차 내부와 비슷한 열차 차장 침대다.
우리 침대칸은 너무 어수선해 차마 사진을 올리지 못하고 이 사진으로 대신했다.
승객 칸에는 이런 간이침대가 좌우 3개씩 즉 6개가 있다.
들어가 누우면 꼼짝 못하고 얼음이 돼야 하는 곳이지만
무사히 13시간여 기차를 타고 다음날 아침 11시경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이 사진은 '카주라호' 관광을 하고 3시간여 자동차로 달려온 '잔시역' 광장 풍경.
이곳에서 다시 오후 3시 기차를 타고 3시간 달려
목적지인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에 도착했다.
광장이 넓고 비가 막 지나가서 인도사진 중 모처럼 깨끗한 풍경이다.
인도 여행 중 기다리는 시간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지나는 사람들이 다 모델같아서다.
인도의 노인들은 하나같이 슈바이쳐를 닮았다.
신들과 평생을 함께하니 그렇게 되나보다.
플랫폼에는 다 기다리는 사람뿐이다.
사는 것이 어떻게 보면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지만 알 수 없는 미래를 마냥 기다린다.
드디어 기차는 나타났고 좌석을 찾아 앉았다.
한참을 기다려 탄 기차에는 승객이 얼마 없었다.
중국관광객들이 몇 명 이웃했는데 얼마나 떠드는지
귀가 먹먹했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그저 좋단다.
어디든 넓고 배부르면 맘이 편안해 지는 것은 동물의 본능이겠다.
역시나 안내 방송 없이 조용히 목적지에 도착하니 벌써 밤이 깊었다.
하얀 타지마할 묘로 유명한 도시답게 이곳 플랫폼은 모두 하얀 수은등이다.
밤안개 자욱한 하얗게 빛나는 역, 비아그라 아니 '아그라칸트'역.
여행이란 길고 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걷고 타고 내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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