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후 인레 호수 구경을 하러 나서는 길.
물안개를 배경으로 해오라기 한 마리가 아침먹이를 향해 다가간다.
보트소리를 잠재우는 팽팽한 긴장감이 사위를 감싼다.
고요한 인레 호수에는 바늘모양의 조각배들이 소리 없이 움직인다.
그 끝마다에는 한결같은 어부들이 동그랗게 앉았다.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곳 조각배의 날씬함은 가히 예술이다.
수초와 수로를 타고 다니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실용성을 넘어섰다.
불심들이 만들어낸 조각배들은 그저 보기만으로 잡념이 사라진다.
날씬한 배 모양 때문인지 인레 호수의 아침 풍경은 어디서나 여유다.
쭌묘 원두막이나 나무나 집이나 사람들이나 심지어 산 능선 까지도 날씬하지만 풍성하도다.
모두가 가로인 풍경 속에 나타나는 세로 하나 그 끄트머리에 갈매기 한 마리가 점을 찍는다.
후드 걸친 어부가 빨간 색깔까지 칠을 하네.
인레 호숫 고기잡이배들은 대개가 마냥 서있거나 느릿느릿 움직이기만 하지
물고기 잡아 올리는 건 이틀 동안 한 번도 못 봤다.
아무려나 사방에 널린 그림 같은 호숫가 풍경들
방금 이불 속에서 나온듯한 젊은 어부 한 분.
역시나 그물이 비었네.
미안해서 고개를 돌리니 저쪽에선 비가 오는 모양.
허나, 그쪽 그물도 역시나 비었다.
물고기대신 짐 실은 보트 하나. 빈 배 만 봐서 그런지 일단 보기에 좋다.
쭌묘 방울토마토 농장도 좋고
호수마을 입구. 여기 수상가옥들은 캄보디아 쪽과는 많이 다르다.
럭셔리하다.
하도 심심해서 우리 보트를 추월하는 왜가리를 향해 철커덕 셔터를 눌렀더니 딱 잡혔다.
뒤 배경이 된 전깃줄 위에 앉은 새들은 모두 강남 제비들이다.
인레 호수에는 평화가 산다.
'동아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레호수, 쉐인떼인 파고다 (Shwe Inn Thein Pagoda) (0) | 2020.01.08 |
---|---|
미얀마, 인레 수로 낚시꾼 (0) | 2020.01.02 |
미얀마, 인레 호숫가 5일장 구경 (0) | 2019.12.23 |
미얀마, 인레호수, 한낮 풍경 (0) | 2019.12.19 |
미얀마, 인레 호숫가의 후핀 리조트 (0) | 2019.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