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강남 ‘도곡공원’
조인스 자전거
2017. 11. 23. 10:56
오후 늦게 승호와 강남 도심의 ‘도곡공원’을 잠시 걸었다.
생각지도 못한 토끼들이 숲길을 뛰어다녀 깜짝 놀랐다.
환경은 다소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의 보살핌 때문인지
다들 표정은 물론 털에 윤기가 흐르고 통통하게 살 오른 모습이다.
토끼 쪽에선 어떨지 몰라도 사람 쪽에선 일단 보기가 좋다.
며칠 영하로 떨어진 기온 때문에 단풍이 예전 같지 않다.
아름다움보다는 애처롭단 생각이 먼저 든다.
숲길을 걷다가 대롱거리는 ‘배풍등’과 눈이 맞았다.
저 빨간 열매는 얼마나 동그란지 볼 때마다
컴퍼스로 그린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배풍등’ 덩굴 위로는 커다란 ‘팥배나무’가 자란다.
동그라미에 잠깐 취했는가 이파리들이 몽땅 동그랗게 보인다.
하늘을 올려다보다 딱따구리가 나무 찍는 소리를 들었다.
‘청딱따구리’가 뭔 벌레들을 기운차게 쪼아 먹는다.
숨을 벌레를 찾아 먹는 귀신같은 새다.
그런 숲 사이로 엄청나게 넓은 도로가 정면에 보이는데
왠지 저 속에도 벌레들이 꽤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 것은
순전히 나무를 두들겨 벌레 잡는 딱따구리 때문이다.
낙엽 사이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토끼 한 마리가 뛰어 나온다.
몇 걸음 뛰다 멈춘 토끼가 잠시 묵직한 토치카 속을 엿보네.
대한민국은 전쟁과 평화의 공존지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붉은 단풍을 보니
온몸에 피칠을 하며 남쪽으로 달려 내려온 어린 북한 군인이 생각났다.
꼭 완쾌하여 자유로운 세상에 안착하기를 빌었다.